그날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오늘도 당신의 품 찾아 꿈을 꾸어요


아카시아처럼 달콤했던 그대의 향


봄처럼 따스했던 그대의 품 속


잊혀지지가 지워지지가 않아요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왜 그렇게 매정히 떠나갔나요 


절 사랑하지 않았던 건가요


우리 사랑 우리 추억 버릴만큼 


저 아무것도 아니었나요


또 홀로 남겨져 그대를 추억하고 있네요


알면서도 또 바보같이 홀로 남겨져



어느 날 찾아와 내게 아픔만 남긴 당신


그대는 말했죠 우린 분명 안될 거라고


알아요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았어요 


이 마음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요


그대를 사랑하는데 난 어떡하나요


숨을 쉴 수가 없네요



왜 그렇게 매정히 떠나갔나요


절 사랑하지 않았던 건가요


우리 사랑 우리 추억 버릴만큼 


저 아무것도 아니었나요


또 홀로 남겨져 그대를 추억하고 있네요


알면서도 또 바보같이 홀로 남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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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어둠의 참상" 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는가? 어둠보다 더 어두운 그 존재는 마치 공포를 직시하는 것처럼 모든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소문 속의 존재이다. 설사 소문일지라도 입에서 입으로 퍼져온 그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어젯밤 꿈처럼 기억에 생생하면서도 충격적인 삽화를 보듯 뇌리에 박혀 한때 사람들은 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서쪽 폭풍의 강 건너 구릉지대로 배경을 옮겨야만 한다. 그곳에서 간혹 그를 봤다는 소문이 여러 존재했다. 그에 대한 목격담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와전됐을지 모르지만 하나같이 똑같은 증언도 분명 존재했다. 초승달이 뜨는 밤, 언덕 위에 살며시 드러나는 그의 정체. 마치 어둠을 두르듯 경계가 불분명한 커다란 암흑 망토를 두르고 있는데 망토 안으로 비치는 그의 몸체는 마치 블랙홀처럼 빨려들 것만 같은 심연 같다고 했다. 그리고 월광을 삼키듯 번뜩이는 두 눈동자를 바라보자면, 마치 보는 이의 영혼이 전소하는 듯한 전율에 온몸이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그를 보기 전엔 반듯이 종소리가 구릉지대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실제로 종소리인지 확인된 바는 없으나, 그 근원지는 분명 어둠의 참상이 분명하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그를 목격한 사람들에겐 어둠의 참상은 "죽음" 그 자체였다. 그건 저주였고 회피의 대상이었다. 그 누구도 어둠의 참상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그 경험을 증오하고 저주했다. 이 때문에, 이야기 속의 어둠의 참상은 주위 모두가 공감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가십거리로서, 욕지거리에 적합한 이름이었으며 어떤 무리의 사람들은 그 존재를 찾아 파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가장 신뢰할만한 이야기가 하나 존재한다. 그 이야기는 국립 역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서적 "버나드의 여행기" 에 기록되어 있다. 그 기록지는 버나드 자신의 여행기를 담고 있는데 그가 여행 도중에 알게 된 어둠의 참상에 대한 기록도 존재한다. 다음은 그의 기록지에서 발췌한 이야기의 핵심이다.


「어둠의 참상에 대한 진실 여부를 논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둠의 참상은 바로 나의 오랜 친구 "트루크"임에 틀림없다. 분명하다. 내 친구 트루크는 이전에 그가 구릉지대를 지나면서 소문의 어둠의 참상과 매우 유사한 존재를 마주한 사실을 나에게 이야기해 준 적이 분명 있었고,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 어둠의 참상에 대한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트루크가 사라진 이후 어느 날, 난 여러 방면에서 어둠의 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둠의 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 난 트루크가 나에게 해주었던 어둠의 참상에 대한 그의 기억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과거에 트루크와 란드라서 그리고 나는 세피로를 만나기 위해 어느 가을날 서쪽의 키콜라스 산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 여정의 중간에 폭풍의 강을 건넜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해 서로 흩어지고 말았다. 나는 불행히도 란드란서와 함께 "다크무어"로 휩쓸려서 그 어둠의 대지를 란드란서와 함께 고전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오히려 행운이었다-, 트루크는 다크무어 보다 조금 더 남쪽인 구릉지대로 휩쓸려 가고 말았다. 갈라진 파티에서 트루크는 조금은 외로움을 느꼈겠지만, 그는 숭고한 정신과 강인한 의지로 가득한 친구였다. 그는 다시금 서로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로 홀로 꿋꿋이 나아갔다. 


초승달이 뜬 저녁이었다. 가을밤의 바람은 싸늘했고 그는 다소 지친 육신을 다스리며 홀로 구릉지대를 지나가고 있었다. 밤이 깊어 야영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을 무려, 그의 앞의 언덕 위엔 낯선 그림자가 달빛을 삼키고 있는 것을 그는 느꼈다. 순간 을씨년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종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소름이 돋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곤 언덕 위를 주시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그보다 더 진하고 탁한 어둠이 마치 검은 물감 속에 퍼져 나가는 암흑처럼 울렁거리는 것을 그는 시각적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건 분명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어떤 존재가 있음에 틀림없었다.


트루크가 이야기하길, 그 어둠의 존재로부터 그는 마치 죽음을 대동하는 "지옥의 개"의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어둠 속의 늑대의 눈빛? 아니, 자세히 보니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했다. 그건 말 그대로 그날 밤에 존재하는 모든 빛을 흡수하는 심연이었으며 그 두 눈을 마주하자니 자신의 영혼까지 빨려들 정도였다고 했다. 전쟁 속 강인한 정신을 소유하지 않는 자라면 거기서 이미 운명은 다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트루크는 결코 뒷걸음치지 않았다. 그는 비록 그 존재를 처음 보았지만, 그 어둠의 존재로부터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아니, 직감했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는 어둠의 존재가 구릉지대를 지나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로부터 뿜어져 오는 기운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으며 그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는 두 검을 뽑아들었다. 다행히도 그의 두 손은 강인함 힘으로 가득 찼다. 그의 용맹은 그 어둠의 존재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그 어둠의 존재가 가로막는 언덕 위로 뛰어들었다. 언덕 위는 순식간에 일렁이는 월광과 암흑이 뒤섞이고 흩어졌다. 트루크는 그 어둠의 존재가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검을 휘둘렀다고 했다. 트루크 역시 어둠의 존재에 맞서 두 검으로 맹렬하게 투쟁했다.  


당시 난 트루크에게 그 어둠의 존재와 꼭 결투해야만 했는지 물었다. 그가 대답하길, 그 선택은 그의 마음속의 정당한 울림의 결의였다고 했다. 그건 모두를 위한 자신의 숭고한 희생이었으며 그 존재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훗날 자신의 자손들에게 부끄러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에겐 아직 용맹의 불꽃이 살아있었으며, 그 때가 비로소 그가 세상을 위한 보이지 않는 헌신을 할 기회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 누구도 원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그는 직감했으며 그 선택이 바로 자신의 운명이었다고 믿는다고 했다.


전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트루크는 지쳐갔지만, 어둠의 참상의 상태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밤이 지나 새벽녘까지 전투는 계속되었고 트루크는 간신히 그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오로지 경험과 신념으로 싸움을 지탱할 수 있었다. 


난 그의 이야기로부터 그날 밤 그 구릉지대에 새겨진 한 남자의 숭고한 정신에 감탄했다. 아,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외로운 곳에서 공포에 맞서 싸웠던 한 남자는 과연 무엇을 기대했을까? 그 전투의 끝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겨졌을까? 설사 그게 패배일지라도 말이다. 어쩌면, 그는 승패 따윈 안중에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 전투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곤 어쩌면 기쁜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싸웠을지도.


전투의 종결은 어처구니없었다. 그들의 싸움은 절대 끝나지 않을 듯 보였지만 비로소 동틀 녘,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어둠의 존재는 잿빛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건 결코 도주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가 사라져버린 자리엔 그가 휘둘렀던 칼자루만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칼자루엔 검날도 보랏빛 연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식어버린 칼자루였다.


트루크는 그 칼자루를 지쳐버린 눈동자로 한동안 바라봤다고 한다. 그리곤 본능에 따라 그 칼자루를 거머 쥐었다. 어떤 느낌이었을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는 그 칼자루는 비록 검날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뭔지 모를 오래된 매력이 물씬 풍겼다고 했다. 그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그 칼자루를 쥐곤 보랏빛이 일렁이는 검날을 상상해 보았다. 상상의 검날을 허공에 한두 차례 휘두른 후, 만족해하며 자신의 배낭에 그 검자루를 기념품으로 챙겼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트루크가 마주했던 어둠의 참상에 관한 내용이다. 이후 그는 성공리에 여정을 마쳤고 란드란서와 나는 최종 목적지에서 그를 다시 만나 그 이야기를 직접 건네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였다면 행복한 결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해 봄 어느 날 갑자기 트루크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다. 그 편지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으며 그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검자루가 지닌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네. 이제야 비로소 말이지. 그 검자루엔 마법의 비밀이 틀림없이 존재해. 난 내일 당장 그 비밀을 확인하러 그 구릉지대를 향해 다시 떠날 것이네. 하지만 자네까지 따라올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거기엔 나 혼자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 존재하거든. 하지만 걱정 말게. 내가 비밀을 밝힌 후 자네에게도 꼭 멋진 이야기를 전달해 줄 테니.


사실 그 통보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난 그 어둠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둠의 참상이라는 이름조차도 몰랐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도 트루크에 대한 소식은 들을 수 없었고 오히려 엉뚱하면서도 섬뜩한 소문만 들려왔다.


그건 바로 어둠의 참상에 대한 소문이었다. 어느 날 어둠의 참상에 관한 이야기가 도시 곳곳에 퍼졌고 그 소문의 내용을 직접 분석해 보자면, 그 구릉지대로 떠난 트루크의 마지막 모습만이 연상될 뿐이었다. 그리고 어둠의 참상에 대한 이미지는 과거에 트루크가 파멸시킨 어둠의 존재와 무서울 정도로 유사했다. 아니 사실 트루크가 무찌른 그 존재는 어둠의 참상이 확실했다. 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트루크는 그 존재를 이미 파멸시키지 않았던가?


모든 이야기는 점점 더 분명해져 갔다. 구릉지대로 돌아간 트루크는 검자루의 비밀을 밝힌 이후 본인이 어둠의 참상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건 비밀이 아니라 검이 선사한 저주였을 것이고 그의 의지와 상관없는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트루크는 그 검날을 쥐어든 순간부터 이미 저주에 빠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 구릉지대로 떠나기로 했다. 지금 내가 작성하는 이 이야기는 만일을 위해 남겨두는 나의 유언이다. 사람들이 증오하고 멸시하는 그 괴물의 존재가 바로 나의 친구라면 그를 용서해 달라. 한 때 숭고한 정신과 영혼을 지녔던 그의 순순한 의지를 이해해 달라. 사람들은 어둠의 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울화통이지만, 그것을 해결하려고 했던 보석 같은 이들이 바로 어둠의 참상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 당신이 지금보다 조금 더 용맹하고 정의와 희생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면, 당신이 바로 그 어둠의 참상의 저주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여기까지가 버나드의 일지에 존재하는 어둠의 참상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버나드의 일지 역시 끝이 난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들은 버나드가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어쩌면 진정한 선구자는 그의 친구 트루크였으며 비록 그들이 당시의 사람들에겐 어둠의 참상이라는 괴물로서 평가되었지만, 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현대의 인물학에서는 그들은 정의를 수호하려고 자신들을 희생한 당대의 위인들로 재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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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중학생 시절의 이야기이다. 당시 살던 동네의 환경은 그다지 좋진 않았다. 동네 거리는 전봇대의 너저분한 전선들과 늘어진 차량들의 불법 주차로 매우 어수선했었는데, 도로 바닥마저 여기저기 금이 가 있거나 시멘트를 덧대어 곳곳이 울퉁불퉁하여 보기 좋지 않았었다. 하물며 길가엔 언제나 쓰레기가 고여있었고 전봇대 밑둥 역시 항상 쓰레기 더미가 존재했다. 그 시절 나의 통학 풍경은 그러했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는 통학 길에 있는 작은 하천이었는데,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그 하천을 따라가다가 하천 위의 허름한 다리를 나는 지나야만 했었다. 물론, 그 하천 부근 역시 도시의 매연으로 검게 그을리고 쓰레기가 썩어서 여기저기가 시커맸으며 하천의 물 또한 오염되어 악취로 가득했다. 특히 탁한 하천의 썩은물은 녹조까지 심했으며 수포와 더러운 쓰레기가 수면 위 곳곳에 존재했다. 그 곳 풍경과 악취는 나에게 결코 좋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심지어, 난 가끔 그 하천의 물을 마시곤 녹색 괴물로 변해버리는 상상을 하곤 했었으니깐. 어쨌든, 나의 통학길의 풍경은 그러했다. 평균 나의 학교 통학 시간은 어림잡아 30분. 평소 나는 학교를 달리다시피 다녔으며 특히나 지루한 등하교 시간은 나에게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었다.

어느날, 난 늦잠을 자곤 허겁지건 학교를 향해 뛰어갔다. 때는 이른 여름이었다. 그날도 역시 하천을 지나 학교로 가야만 했는데, 하천을 따라 놓인 길을 지날 즈음에 난 속보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 보이는 하천 다리 중간 즈음에, 눈에 띄는 작은 뭔가가 다리 밑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서퍼런 작은 무언가였는데 여름날 아침의 하천 다리 밑은 대낮처럼 훤했다. 게다가 하천 다리 밑 천장은 매연으로 시커멓게 그을린 이끼들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대조적으로 눈에 띄게 잘 보였다. 하천 다리에 도달할 때 쯤, 난 그게 새임을 알 수 있었다. 그건 파랑새였다. 어느날 갑자기 그 새는 하천 다리 밑에 둥지를 짓곤 홀로 살기 시작한 것이다. 새의 파란 빛깔이 신기했지만 그다지 나의 관심거리는 되지 못했다. 난 파랑새를 스쳐지나가듯 쳐다보곤 지나갔다.

이후, 이상하게도 그 하천을 지날 때마다 나는 다리 밑에 그 파랑새가 있는지 꼭 확인을 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럴려니 했지만 그 새는 왠지 모르게 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 새가 그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파랑새를 처음보기도 했지만 새가 보유한 파란 깃털은 하천 다리 밑의 매연으로 그을린 새까만 그곳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한마디로 어울리지가 않았다. 최소한 그 새가 아름다운 정경의 숲 속에 살아야 한다고 난 생각했다.

비 오는 어느 날, 하교길에 난 그 새를 가까이 가서 관찰해 보기로 결심했다. 오후 다섯 시쯤이었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다리 밑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산을 든 채, 난 홀로 다리 밑에 서서 위를 올려다 보았다. 다리의 천정 높이는 내가 서있는 도로로부터 약 4미터 가량의 높이로 그다지 높진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와 다리에 맺힌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뒤엉켜 다리 밑에서 웅성웅성 메아리를 치고 있었다. 난 비에 옷이 홀딱 젖은 채, 지푸라기와 흙으로 만든 새 집을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집은 겸손하다시피 작았으며 그 안의 파랑새는 눈을 감고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 새는 내 주먹보다도 더 작아 보였다. 몸은 마치 작은 푸른 잎사귀처럼 보였으며 그 사이로 아담한 검은 부리만이 눈에 살짝 비쳤다. 나는 그 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근데 그 새가 가진 파란 빛깔은 왠지 모르게 구슬펐다. 그 새는 잠을 자면서도 덜덜 떨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곤, 난 집으로 발걸음을 곧장 옮겼다.

이후, 나는 그 새가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 새가 병들진 않을지 의심되기도 하였다. 그곳은 그 새가 살기엔 적합한 곳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새의 보금자리가 따로 필요한 건 아닌지, 대기 오염으로 인해 질식하는 건 아닌지, 내가 직접 그 새를 그곳으로부터 구원해줘야 하는건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에 도착하면 금새 그 새의 존재를 잊을 수 있었지만, 하천을 지나갈 때면 그 새를 다시 확인하곤 잊고 있었던 그 새가 다시 신경쓰였다.

그 새는 언제나 집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난 한 번도 그 새가 노래를 하거나 우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그 새는 그저 고요히 잠을 자거나 둥지에서 여기저기 가만히 두리번 거릴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새를 볼 때마다 측은한 감정이 들기도 했는데, 텅빈 새까만 다리 밑에 홀로 있는 그 새는 왠지모르게 가엽고 슬퍼보였다.

여름의 막바지 쯤, 그날도 둥지 안의 그 새를 지켜보았다. 그 새는 어느덧 많이 야위여 있었다. 그 새의 파란 빛깔의 깃털 또한 탁한 남갈색으로 바래 있었다. 난 그 새가 매우 안쓰러웠다. 그 새는 마치 최후의 통첩을 기다리는 것처럼 불안해 보였다. 어쩌면 나한테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지 언정, 그 파랑새는 누군가가 돌봐줘야 할 야윈 소녀같은 존재처럼 내게 느껴졌다. 난 그 새가 머지 않아 이 곳을 떠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 때가 내가 본 파랑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정확히 그 다음날, 그 둥지에는 파랑새는 없었다. 먹이를 찾아 잠시 자리를 비웠을 거라고 생각해 봤지만 통학하는 동안 그 새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저 버려진 둥지만 다리 밑에 고스란히 남아있었을 뿐. 이후, 한 동안 난 그 새가 매우 그리웠다. 이미 떠나고 존재하지 않은 그 파랑새가 지녔던 순수한 미와 매력을 난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난 그 새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한동안 알 수 없었다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 새에 대한 이야기를 뒤늦게 들을 수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누군가는 그 파랑새가 다른 새와 같이 하늘 멀리 날아가는 걸 봤다고 했다. 그리고 그 때 그 새는 소리내어 노래했다고도 했다.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난 그 소문을 들었을 때 비로소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최소한 그 새는 더러운 도시에서 오염되어 죽진 않았으니깐.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였으며 마음이 아려 오기도 하였다. 만약 파랑새처럼 고귀한 자연의 동물과 사람들이 한 곳에서 같이 살 수 있었더라면 난 그 아름다운 파랑새를 매일같이 바라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세상은 그렇지 못했으며 작고 어린 내가 그 새를 해줄 수 있었던 일 또한 아무것도 없었다.

"차라리 그 파랑새와 함께 자연으로 돌아간 그 새가 나였더라면..."

그 새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 가슴앓이로 고생하던 그 때 난, 그렇게 괴로워하며 아파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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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인적이 드문 대로의 인도를 따라가다 보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계단 끝에는 작은 공터가 있었다. 비라도 내리면 침수될 것만 같은 그곳은 언제나 누추했고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들이 나뒹굴며 지저분하게 뒤엉켜 있었다.

공터의 한쪽엔 좁은 길목이 있었다. 원채 좁고 협소해서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그 길목의 끝엔 내가 살던 작은 동굴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밤이라도 되면 세상과 단절된 듯 동굴 입구는 암흑 그 자체였다. 암흑을 주시하자니, 마치 동굴 구석 곳곳에 온갖 잡귀들이 누군가가 들어오기만을 숨죽이며 기다리는 듯 했다.

동굴 입구에 들어가기 전 난 항상 초조했다. 어둠을 직시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뒤돌아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반짝이는 세상의 거리로 되돌아갈 것인가. 물론, 초조할 뿐 선택은 항상 어둠이었다. 그 곳은 어둠이었지만 그 어둠의 저편엔 또 다른 세상이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나의 의지와 생각으로 뭐든 새로운 것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 내 심장으로부터 고동치는 자유에 대한 열망과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나의 몸부림에, 드넑은 초원이 눈앞에 펼쳐지고 멀리 실개천이 은빛 아지랑이처럼 반짝이는 곳. 마치 새처럼 푸른 초원 위를 지유롭게 날아다니면 이름모를 상쾌한 풀내음이 콧끝을 스쳐 지나가고 신선한 저녁바람이 귓가에 멤돌며, 초원 너머 에메랄드 빛 바다와 황금빛 모래사장은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 황금빛 모래사장엔 내가 살던 테라스가 있는 이층 집이 있었는데 나는 항상 문을 개방해 두었다. 종종 나는 테라스에 놓인 벤치에 앉아 류트를 연주하며 따사로운 봄날의 정취를 느꼈다. 내 손끝에서 울려퍼지는 류트의 멜로디는... 매우 흥겹고 신났으며 때로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뜨거운 태양과 마주한 어느날, 난 후끈 달아오른 나머지 버닝 피엔드의 깃털이 달린 녹색 모자를 쓴 채 라마를 타고 길을 떠났다. 언제나 그랬듯, 미지의 세계를 향할 때마다 난 흥분되어 설레발을 쳤지.

그 후, 낯선 지역의 길을 떠나던 중 한 소년을 만났다. 당시 나는 다소 낯을 가리는 내성적인 반면, 그 소년는 나보다 더 어렸지만 털털하고 매우 밝은 쾌활한 소년이었으며 -유머가 뭔지 아는 녀석이었어!- 공교롭게도 우리은 매우 잘 어울렸다. 성격은 달랐지만 우리는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알았다. 하프와 류트가 우리가 지나온 길목에 멜로디로 자취를 남겼지. 정반대의 성격의 두 사람은 춤을 출 줄 알았고 멜로디의 선율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었다.

지역 이곳 저곳 순방하며 우리는 긴 시간을 함께 했다. 궂은 날씨의 힘든 순간도 함께 극복했으며 북쪽 산맥의 아름다운 정경에 매료된 채, 미친듯이 수다를 떨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잿빛 구름이 낀 어느 날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한 벌판을 둘이 말없이 지나기도 했는데, 그 모든 순간은 최소한 나에게 파노라마 같은 영상의 미를 남겨준 듯 하다.

그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난 후, 여덟 달 가량이 지난 시점에 우리는 우리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어느 선술집에서 에일주를 마시곤 취기에 조금 들떠 있었지.

"난 한 때 여행을 매우 싫어했어. 그건 불편하기만 했다구. 여행을 떠나면 편하게 쉬질 못하잖아? 그리고 오랜 친구를 만날 수도 없지. 난 고향을 떠나기 전에, 내가 살던 집을 떠나는 일은 상상조차 하질 못했지. 그래, 난 머물기를 좋아했고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을 선호했어. 집보다 더할 나위없는 공간은 없었지. 아,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한 후, 편안한 소파에 앉아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한다고 생각해봐! 뉴젤름의 파도소리와 소금기 가득한 바다향, 그리고 선선한 저녁 바람이 머무는 집! 그 곳에 있으면 뭐든지 상상할 수 있었고 난 그 상상 속에 삶을 키워 나갔어. 어쩌면 그 상상이 나의 인생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래, 그냥 상상 자체의 이야기가 말이야. 그게 바로 나의 삶이고 내가 삶을 마감할 시점에 그 상상을 그리워하는 거지. 난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녀석이었어. 그런 성격 탓에 주위에 친구는 별로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친구들은 모두 나를 위로해 줄 수 있었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때론 내가 그들을 위로해주기도 할, 매우 절실한 친구들이었다네. 하지만, 거기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이념이 존재했네. 질서와 자유가 존재했어. 사람들은 서로 싸웠네. 질서와 자유에는 공존할 수 없는 대립이 존재했기 때문이지. 사람들은 싸우고 피를 흘렸는데, 특히 신뢰와 신념이 강한 이들은 더욱 헌신적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길을 향해 나아갔지. 난 질서를 위해 힘을 썼네. 비록 자유주의자였지만 질서없이는 평화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나의 그 절실한 친구들 중 몇몇은 나와 반대였지. 마음 아팠지만, 신념과 우정은 타협이 불가능했어. 그리곤 서로의 투쟁 속에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렸지. 우리가 추구하는 삶은 어느덧 존재하지 않았고 내일엔 싸움만이 존재했네. 내일은 더 이상 경이롭지가 않았어. 내가 꿈꾸던 이야기도 타락했지. 전투 속에서 난 내 자신을 잃어버렸네. 감성도 잃었고 암울하기만 했지. 결과적으로, 세속을 벗어나고 싶었네. 정취를 남기지 않고 끊임없이 발걸음을 옮긴다면, 어쩌면 난 그 때야 비로소 노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지. 어느날 뜨거운 태양으로 뉴젤름의 모래사장이 반짝이던 때, 나는 무언가를 느꼈지. 우리는 태양이 밝고 뜨겁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본질을 직접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는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어쩌면 그것과 같다고 생각했네. 나의 삶 역시 어쩌면 피상적인 이야기로만 수두룩 하다는 것을. 그리고 내 여행은 그 태양의 이면을 확인하기 위해 시작되었지."

나의 이야기는 진솔했고 그 친구는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때 그는 결코 소년이 아니었다. 그 친구는 평소보다 진지하고 사려깊어 보였지. 사실 그 때 그 친구도 나에게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안타깝게도, 난 술에 취한 나머지 그 부분의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 후 우리는 한 동안 말동무가 되어 같이 여행을 떠났지만 결국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친구의 꿈은 목장을 운영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수 백년도 더 된 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을 지나 어느 고원지대에 도달했을 때 그는 말했다.

"이곳이야. 내가 찾던 곳은. 난 여기서 평생을 살겠어. 양과 토끼를 키우고 그들의 털로 실과 천을 만들거야."

이별은 슬펐지만, 난 과감하게 그를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언젠간 이 곳에 돌아오면 너의 천으로 만든 멋진 옷을 선물해 줘."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가 즐겨 연주하던 화음과 춤을 즐겼다.

결국, 난 길고 긴 모험을 다시 홀로 떠났다. 떠나면서 난 생각했다. 어쩌면 먼 훗날, 그 친구는 나처럼 안락한 그 곳을 떠나 먼 길을 여행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난 그가 경험해보지 않은 그 곳 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깨닫는 것이 많을 거라고 믿었다.

긴 시간이 흘러 앙상한 나무가 메마른 손을 흔들 때, 외딴 오솔길을 홀로 지나던 난 차가운 겨울 바람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곤 문뜩 어떤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그건 내가, 해변에서 자유와 안락함을 느꼈고 라마를 타고 길을 떠났으며 어린 친구를 만났던 시절을 상기시켜주었다. 황금빛 해변에서 연주했던 그 음악. 여행을 하는 동안 내가, 우리가 함께 연주했던 바로 그 화음. 그 시절을 회상했고 그 녀석이 그리웠다.

소침해진 채, 한동안 멍하니 나뭇가지를 올려다 보다가 저밀어오는 가슴을 주최하지 못하고 난 무릎을 꿇고 괴로워 했다. 그 영롱한 기억들은 나의 머릿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붙잩은 채 벗어날 수 없듯이 과거의 순간으로 잡아당기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괴로웠던 이유는, 사실 황금 빛 해변도, 이 층 테라스도, 라마도, 그 친구도 모두가 거짓이었고 그건 그저 내 작은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은 환상에 불과했으며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것은 붙잡을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허망한 허구일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오솔길 한 가운데 쓰러지듯이 괴로워하며 기침을 해댔다. 매우 외로웠다. 나는 그 소년이 머무는 고원지대의 목장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차갑고 싸늘한 매서운 겨울 공기는 매정하기만 했고 내 주위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돌아갈 수 있는 뉴젤름이나 소년이 살고 있을 고원지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난 망연자실 하듯 자리에 주저앉아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서는 새하얀 눈이 내 머리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래도 나의 기억 중에 유일한 진실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류트의 선율이었다. 그나마 내가 그 추억을 상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임에 틀림없었다. 순간, 정신을 차린 난 그 선율을 악보에 재빨리 옮겨적었다. 잊혀진다는 사실에, 내 기억에서 다시 사라질까봐. 그리고 그 선율의 제목을 “Coin Song" 이라고 이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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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할 수 있는 세 개의 문이 있었다.

첫 번째 문은 천국으로 향하는 문.
두 번째 문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문.
세 번째 문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문.

한 사람씩 선택의 길에 도달했을 때,
모두들 망설이지 않고 첫 번째 문을 통해 천국으로 향했다.

간혹, 두 번째 문을 택하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지옥으로 향하는 세번째 문을 택한 자가 나타났다.

옥황상제가 의아해하며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천국으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지옥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는가?"

그러자, 그 자가 대답했다.

"혹여나 지옥이 궁금해 지옥을 향해 발을 디디는 자들을 있을까 봐입니다."
"전 지옥의 문 뒤에서 그들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저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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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행성에 뜨거운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삶에 대한 의지,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불타는 열정과 의욕을 느꼈다.

우주가 시간을 초월하여 끊임없는 변화를 맞이하는 동안, 그들은 넘치는 의욕을 원동력으로 점차 발전하고 진화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이 사는 행성은 결국 마그마(Magma)와 같이 고온으로 불타는 지대로 변하고 말았다.

피가 끓어오르는 그 뜨거움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 용암이 솟구쳐 버린 그 곳.
너무나도 뜨거운 나머지 그 행성엔 그들 말곤 살 수 있는 다른 생명체는 전혀 없었다.

그들에겐 슬픈 사실이었지만 그 뜨거운 의욕은 그들의 본능이자 최고의 미덕이었으니 어찌하겠는가.

더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들은 여전히 그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며 값진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들이 불태우는 그 열정은 우주 저편의 모든 행성의 본보기가 되었고 타 생명체들의 에너지원이 되었으며 눈부신 빛이 되었다.

하지만, 오직 자신들 외엔 아무것도 없는 그 붉은 행성에선
광활한 전 우주 곳곳의 행성들을 비추며 각 행성에 살아가는 이름모를 생명체들을 관찰하는 것이 그들의 재미있는 일상에 해당하였다.

그들이 우주 저편을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내미는 순간, 그들의 강렬한 빛은 우주의 암흑을 씻어버렸다.
그 덕에, 우주 곳곳의 자그만한 돌덩이조차도 빛을 받아 반짝였으며, 우주의 행성들은 서로를 마주볼 수 있었다.

한 편, 그 붉은 행성으로부터 머지 않은 곳에는 알록달록한 푸른 빛의 작은 행성이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인간'이라고 불리는 생명체는 불타오르는 그 행성을 '태양'이라고 부르며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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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밤.

랜턴 빛에 의지하며 어두운 강 위를 홀로 나아가는 조각배 위의 내 자신을 발견했다.

차갑게 요동치는 강물의 몸부림.
끊임없이 일렁이며 내 주위에서 춤을 춘다.
그건 마치 암흑 터널 저편에서 다가오는 셰이드(Shade) 같다라고 할까?

숨을 죽이며 살며시 살며시.

보이지는 않지만 살기로 번뜩이는 그의 눈빛을 몰라볼 리가 없어.
잠을 자는 아이조차도 그의 뼛속부터 뿜어져 나오는 냉기에 놀라 잠에서 깨고 말아.

그래, 그런 느낌이야!

요란한 강물의 몸부림은 숨을 죽이며 다가오는 셰이드(Shade)!
아무리 슬그머니 다가온다고 한 들, 엄습해 오는 무시무시한 그의 존재를 감지하곤 오싹하고 말지!

두려운 나머지 어둠을 응시한 채 노를 힘껏 저어보지만 어쩌할 도리가 없네.
그저 초라한 조각배 위에서 추위와 공포에 몸서리칠 뿐.

결국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해.

노를 놓아버리곤 망연자실하듯 랜턴 빛을 한동안 응시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초라한 현실은 그대로다.

강물에 비친 내 자신이라도 바라봐야겠어.
그 잘생긴 나의 모습을 말이지.

조각배 너머 고개를 내밀곤 강물을 내려다 본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없던 투박한 수면 위로 남자의 형상이 비친다.

응? 근데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잿빛 머리와 수염으로 너저분해진 형상.

주름이 깊게 패이고 움푹 꺼진 눈과 입술.

세월의 흐름보다 더 많은 상처가 새겨진 그의 얼굴.

돌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을 받곤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강물에 비친 나의 모습.
그는 셰이드로부터 헤어나오려고 요동을 일으키고 있다.

얼굴이 일그러진 채 몸부림을 치는 그의 모습은 심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음에 틀림없다.

인상을 찌푸린채 말없이 그를 응시하다가 결단을 내린다.

"난 그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어야 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앙상한 내 손을 강물에 뻗으려는 순간, 강물은 잠잠해졌고 싸늘한 바람과 함께 랜턴마저 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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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푸른 잔디밭 너머로 마을 울타리가 보였고 멀리 보이는 작은 배불뚝이 동산들...

언덕 너머로 파스텔 풍 푸른 하늘과 둥실둥실 춤을 추며 흘러가는 새햐얀 구름들...

새들의 지저귐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마을을 향해 나아갔어.

그 모든 것들이 온화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처럼 나에게 평화를 안겨다 주었지.

"평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낙원이거나, 천국이 아니었을까?

난 꿈을 꾸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뭐, 그래도 좋아. 꿈이라고 해도.
이 꿈이 끝나면 모든 게 한 순간에 사라지더라도.

난 지금 잔디밭 위를 뛰어가고 있어.
그래, 마을의 입구로 말이야.
진정 천국으로 가는 순간이었지!

거긴 내가 꿈꾸던 이상이 있음에 틀림없어.

아침엔 따스한 햇살과 새들의 멜로디.

오후엔 서늘한 바람이 불면 아카시아 향이 코를 간지럽히고
미소로 가득한 아이들이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웃음소리가 메아리치지.

버들나무 너머로 은빛 호수에 매료되어 있을 땐,
천사들의 나팔소리가 석양과 함께 다가오는 그 곳.

고요한 정막에 다달은 순간엔,
어느덧 숨 죽이듯 찾아온 달빛이 당신의 얼굴을 비춰 버리지.

수줍은 미소로 가득찬 당신의 미소말이야. 훗...

아, 뉴 소르피칼에 대한 설레임이 나를 흔들고 있어!
그 곳에 도착하려는 순간에 말이야!

어떻게 나의 발걸음을 멈출 수 있겠니?

곧 꿈을 깰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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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의 동심으로 양들은 풍선이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었고 감수성은 풍성한 숲 속의 안개 속, 촉촉히 젖은 아침 향기와도 같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어릴 적 동심을 잊었고 풍성한 나의 감수성도 조금씩 사라짐을 느꼈다. 그리고 [어린왕자] 이야기 같았던 나의 꿈은 현실과 완전히 달랐으며 그건 그저 허망한 꿈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깊은 밤, 손님이 별로 없는 한적한 바에서 쓸쓸히 위스키를 들이키고 있다. 낯설지만 어여쁜 아가씨가 옆자리로 다가와선 술 한잔 달라고 빈 잔을 내민다. 말 없이 술을 따라주곤 만다. 그녀에게 나를 어필할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않는 것은 결국 나를 잘 알고 있기 때문. 그녀는 기다리듯이 나를 지켜보다가 내 옆에서 술 한잔을 들이키곤 씁쓸한 미소만 남긴 채 자리에서 떠난다.

여전히 혼자 고뇌에 빠져선 술을 들이키고 있다. 이번엔 단골인 듯 낯익은 남자가 옆 자리에 앉고선 이상한 질문을 툭 던진다. 

“당신은 요즘 가장 괴로운 게 뭐지요?”

그는 나의 대답을 기다린다. 쉽사리 떠오르는 건 없고 그 사람의 질문의 요점도 파악하기 힘들다. 

“당신의 그 쓸모없는 질문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오.”

뭔가 있어 보일려고 했지만 상대방을 추궁하듯이 내뱉은 대답에 그 역시 씁쓸한 미소만 남긴곤 자리에서 떠나버린다. 난 스스로 자책할 여지를 파악해 보지만 결과는 그저 고뇌에 빠진 모습일 뿐이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 위스키 한 병이 바닥을 거의 드러내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술집을 나선다.

초승달이 보이는 밤하늘과 한적한 밤거리가 말없이 나를 반겨줄 뿐. 희미한 불빛들이 아롱거리곤 그 불빛들로 도망치듯이 나타나는 도시의 그림자들. 나는 그 그림자들을 따라 집으로 발걸음을 비틀비틀 옮긴다. 도시의 불빛이 닿지 않는 호수가의 통나무집이다.

집에 도착한 후, 방 한가운데 테이블에 놓여진 작은 랜턴 조명에 의지하며 갑자기 미친 사람 마냥 기쁜 표정을 지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래밍을 한다. 어느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고 바깥 세상과 단절된 이 통나무 집안은 아른거리는 빗줄기의 흔적들을 유리창에 새겨놓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나의 손가락이 보이질 않는다. 나의 정신 세계의 조물주는 무언가를 구축해야 한다고 나를 채찍질 한다. 그리곤 동기도 목표도 잃은 채 그저 미친사람 마냥 손가락이 가는 대로 계속 키보드를 두들긴다.

미친듯이 빨라진 손가락. 유리창을 두들기는 빗줄기도 더욱 굵고 거세다.

순간 섬광이 집안의 조명을 삼키곤 정신 사나운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 후 사라진다. 곧 이어 천둥 소리가 천장 너머로 으르렁댄다. 마치 집채만한 들개의 울부짐 같다. 우스운 건, 나는 그 순간을 만끽하고 있으며 오히려 손가락은 타 들어가듯 빨라졌다는 것. 그리곤 입가엔 미소가 번지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다. 그에 반해, 바깥 세상엔 거친 천둥 바람이 미친듯이 포효하며 세상을 때려 부수려고 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소하지만 통나무집은 이미 바깥 세상과 단절되어 있으며 호수에는 미친 소용돌이가 통나무집을 덮치려고 한다는 사실도 전혀 관심없다.

나는 미친 사람마냥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긴다. 나의 손가락은 잿가루를 날리며 타들어가고 있다. 그 뜨거움은 전율을 일으킨다.

타오른다! 나의 환희가, 나의 미소가! 점점 뜨겁게! 더 뜨겁게!

아! 얼마나 뜨거웠으면 집안엔 잿가루가 가득 날리고 있단 말인가! 나의 미소는 입이 찢어질 정도로 희열에 가득차 있다. 희열과 잿더미로 가득한 공간! 그 때 그 순간, 호수의 소용돌이가 쓰나미처럼 솟구쳤다. 그리곤 산처럼 높이 솟아오른 물줄기는 거대한 산사태처럼 무시무시한 괴음과 함께 통나무 집을 덮치고 만다.

잠시 후, 호수는 사라졌으며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간 통나무집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뜨거움 역시.

그 잿가루도 미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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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새가 있었다. 새벽같이 맑은 목소리의 그 새는 너무나도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사람들은 그 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 새가 나타났다 하면 누구든 몰려와서 그 새의 자태를 감상하였다. 그러고 있는 동안에 그들은 그 새의 노래에 전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새에 대한 애정은 커져만 갔고 이제는 그 새를 보는 것은 행운이었고 길조였다.

애정이 넘쳐 새에 대한 욕망으로 시름한 누군가는 그 새를 항상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을 것이다.

한 남자가 그 새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나머지, 엽총을 가지고 그 새를 향해 접근하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발걸음은 쥐 죽은듯...

고인 침이 그의 목젓에 닿았고 이마에 흐르는 땀은 그의 턱끝에 매달렸다.

나무에 앉아 아름다운 자취를 뿜는 새여! 새를 정확히 겨냥한 남자는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천둥소리와 함께 몸부림의 날개짓의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분명 새를 맞췄을 것이다. 그는 곧장 새가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나무 아래엔 새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도 새의 흔적은 없었으며 그가 하루종일 땅을 샅샅히 뒤지는 동안에도 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사람들이 그 새를 잊을 때까지 그 새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며, 훗 날 동화같은 이야기로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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