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행성에 뜨거운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삶에 대한 의지,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불타는 열정과 의욕을 느꼈다.

우주가 시간을 초월하여 끊임없는 변화를 맞이하는 동안, 그들은 넘치는 의욕을 원동력으로 점차 발전하고 진화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이 사는 행성은 결국 마그마(Magma)와 같이 고온으로 불타는 지대로 변하고 말았다.

피가 끓어오르는 그 뜨거움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 용암이 솟구쳐 버린 그 곳.
너무나도 뜨거운 나머지 그 행성엔 그들 말곤 살 수 있는 다른 생명체는 전혀 없었다.

그들에겐 슬픈 사실이었지만 그 뜨거운 의욕은 그들의 본능이자 최고의 미덕이었으니 어찌하겠는가.

더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들은 여전히 그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며 값진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들이 불태우는 그 열정은 우주 저편의 모든 행성의 본보기가 되었고 타 생명체들의 에너지원이 되었으며 눈부신 빛이 되었다.

하지만, 오직 자신들 외엔 아무것도 없는 그 붉은 행성에선
광활한 전 우주 곳곳의 행성들을 비추며 각 행성에 살아가는 이름모를 생명체들을 관찰하는 것이 그들의 재미있는 일상에 해당하였다.

그들이 우주 저편을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내미는 순간, 그들의 강렬한 빛은 우주의 암흑을 씻어버렸다.
그 덕에, 우주 곳곳의 자그만한 돌덩이조차도 빛을 받아 반짝였으며, 우주의 행성들은 서로를 마주볼 수 있었다.

한 편, 그 붉은 행성으로부터 머지 않은 곳에는 알록달록한 푸른 빛의 작은 행성이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인간'이라고 불리는 생명체는 불타오르는 그 행성을 '태양'이라고 부르며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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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밤.

랜턴 빛에 의지하며 어두운 강 위를 홀로 나아가는 조각배 위의 내 자신을 발견했다.

차갑게 요동치는 강물의 몸부림.
끊임없이 일렁이며 내 주위에서 춤을 춘다.
그건 마치 암흑 터널 저편에서 다가오는 셰이드(Shade) 같다라고 할까?

숨을 죽이며 살며시 살며시.

보이지는 않지만 살기로 번뜩이는 그의 눈빛을 몰라볼 리가 없어.
잠을 자는 아이조차도 그의 뼛속부터 뿜어져 나오는 냉기에 놀라 잠에서 깨고 말아.

그래, 그런 느낌이야!

요란한 강물의 몸부림은 숨을 죽이며 다가오는 셰이드(Shade)!
아무리 슬그머니 다가온다고 한 들, 엄습해 오는 무시무시한 그의 존재를 감지하곤 오싹하고 말지!

두려운 나머지 어둠을 응시한 채 노를 힘껏 저어보지만 어쩌할 도리가 없네.
그저 초라한 조각배 위에서 추위와 공포에 몸서리칠 뿐.

결국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해.

노를 놓아버리곤 망연자실하듯 랜턴 빛을 한동안 응시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초라한 현실은 그대로다.

강물에 비친 내 자신이라도 바라봐야겠어.
그 잘생긴 나의 모습을 말이지.

조각배 너머 고개를 내밀곤 강물을 내려다 본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없던 투박한 수면 위로 남자의 형상이 비친다.

응? 근데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잿빛 머리와 수염으로 너저분해진 형상.

주름이 깊게 패이고 움푹 꺼진 눈과 입술.

세월의 흐름보다 더 많은 상처가 새겨진 그의 얼굴.

돌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을 받곤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강물에 비친 나의 모습.
그는 셰이드로부터 헤어나오려고 요동을 일으키고 있다.

얼굴이 일그러진 채 몸부림을 치는 그의 모습은 심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음에 틀림없다.

인상을 찌푸린채 말없이 그를 응시하다가 결단을 내린다.

"난 그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어야 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앙상한 내 손을 강물에 뻗으려는 순간, 강물은 잠잠해졌고 싸늘한 바람과 함께 랜턴마저 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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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푸른 잔디밭 너머로 마을 울타리가 보였고 멀리 보이는 작은 배불뚝이 동산들...

언덕 너머로 파스텔 풍 푸른 하늘과 둥실둥실 춤을 추며 흘러가는 새햐얀 구름들...

새들의 지저귐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마을을 향해 나아갔어.

그 모든 것들이 온화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처럼 나에게 평화를 안겨다 주었지.

"평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낙원이거나, 천국이 아니었을까?

난 꿈을 꾸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뭐, 그래도 좋아. 꿈이라고 해도.
이 꿈이 끝나면 모든 게 한 순간에 사라지더라도.

난 지금 잔디밭 위를 뛰어가고 있어.
그래, 마을의 입구로 말이야.
진정 천국으로 가는 순간이었지!

거긴 내가 꿈꾸던 이상이 있음에 틀림없어.

아침엔 따스한 햇살과 새들의 멜로디.

오후엔 서늘한 바람이 불면 아카시아 향이 코를 간지럽히고
미소로 가득한 아이들이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웃음소리가 메아리치지.

버들나무 너머로 은빛 호수에 매료되어 있을 땐,
천사들의 나팔소리가 석양과 함께 다가오는 그 곳.

고요한 정막에 다달은 순간엔,
어느덧 숨 죽이듯 찾아온 달빛이 당신의 얼굴을 비춰 버리지.

수줍은 미소로 가득찬 당신의 미소말이야. 훗...

아, 뉴 소르피칼에 대한 설레임이 나를 흔들고 있어!
그 곳에 도착하려는 순간에 말이야!

어떻게 나의 발걸음을 멈출 수 있겠니?

곧 꿈을 깰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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