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밤.

랜턴 빛에 의지하며 어두운 강 위를 홀로 나아가는 조각배 위의 내 자신을 발견했다.

차갑게 요동치는 강물의 몸부림.
끊임없이 일렁이며 내 주위에서 춤을 춘다.
그건 마치 암흑 터널 저편에서 다가오는 셰이드(Shade) 같다라고 할까?

숨을 죽이며 살며시 살며시.

보이지는 않지만 살기로 번뜩이는 그의 눈빛을 몰라볼 리가 없어.
잠을 자는 아이조차도 그의 뼛속부터 뿜어져 나오는 냉기에 놀라 잠에서 깨고 말아.

그래, 그런 느낌이야!

요란한 강물의 몸부림은 숨을 죽이며 다가오는 셰이드(Shade)!
아무리 슬그머니 다가온다고 한 들, 엄습해 오는 무시무시한 그의 존재를 감지하곤 오싹하고 말지!

두려운 나머지 어둠을 응시한 채 노를 힘껏 저어보지만 어쩌할 도리가 없네.
그저 초라한 조각배 위에서 추위와 공포에 몸서리칠 뿐.

결국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해.

노를 놓아버리곤 망연자실하듯 랜턴 빛을 한동안 응시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초라한 현실은 그대로다.

강물에 비친 내 자신이라도 바라봐야겠어.
그 잘생긴 나의 모습을 말이지.

조각배 너머 고개를 내밀곤 강물을 내려다 본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없던 투박한 수면 위로 남자의 형상이 비친다.

응? 근데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잿빛 머리와 수염으로 너저분해진 형상.

주름이 깊게 패이고 움푹 꺼진 눈과 입술.

세월의 흐름보다 더 많은 상처가 새겨진 그의 얼굴.

돌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을 받곤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강물에 비친 나의 모습.
그는 셰이드로부터 헤어나오려고 요동을 일으키고 있다.

얼굴이 일그러진 채 몸부림을 치는 그의 모습은 심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음에 틀림없다.

인상을 찌푸린채 말없이 그를 응시하다가 결단을 내린다.

"난 그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어야 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앙상한 내 손을 강물에 뻗으려는 순간, 강물은 잠잠해졌고 싸늘한 바람과 함께 랜턴마저 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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